한인타운 노래방, 도우미, 갈취 그 흑막
운전사들은 접대 여성(party girl)들로 가득 찬 밴을 몰고 코리아타운을 돌았다. 비키니 수영복 같은 상의에 짧은 치마, 타이트한 드레스로 차려입은 이른바 ‘도우미(doumi)’들은 타운 곳곳에 들어선 수많은 노래방에서 손님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도우미들을 태우고 다니는 운전사들은 도우미가 노래방 손님에게서 받는 대가에서 시간당 40달러를 받아간다. 그리고 운전사들은 매달 수익의 일부를 코리아타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인 조대근(39)에게 상납했다. 최근 LA다운타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조대근을 노래방 주인과 도우미 운전사로부터 매달 보호비를 갈취한 갱스터로 묘사했다. 조씨는 지난해 체포됐고 55건의 갈취 혐의와 1건의 갈취 미수 혐의, 차량 탈취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돈을 내지 않거나 자신의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검찰은 조대근이 한 운전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때리고 도우미의 목에 총을 쏘기도 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또 검찰은 조대근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진 그의 문신 이미지를 보여주며 사우스LA의 와츠(Watts)지역에 기반을 둔 흑인 갱단인 ‘그레이프 스트리트 크립스(Grape Street Crips)’의 일원임도 공개했다. 5일간의 본재판이 끝날 무렵 배심원들은 코리아타운의 취약한 내면을 잘 이해하고 조대근의 역할을 알게됐다. 본재판 첫날 제나 맥케이브 연방검사는 “조대근은 코리아타운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했고, 돈을 내지않으면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고 배심원단에게 말했다. 그러나 조대근의 변호인단은 운전사와 노래방 업주들이 마치 노조원 회비와 유사한 개념을 회비를 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대근은 그 대가로 경쟁 노래방들과 도우미 운전사들이 한인타운 노래방 도우미 시장에 침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측은 조대근이 야구 방망이 구타나 총격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조대근을 변호한 카렌 소사 변호사는 본재판 첫 진술에서 “그는 한인타운내 혼란스러운 회색 시장에 질서를 세우려 노력했다”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영업을 하기 위해 기꺼이 회비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두한 A씨는 한인타운에서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하려던 차에 ‘DK’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조대근을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는 법정에서 한국어 통역을 통해 “도우미 사업을 하려면 DK라는 사람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조대근은 본인이 ‘한국 조폭 조직원’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19년경 사업 파트너인 B씨와 함께 회사를 시작하면서 조씨에게 매달 100달러씩 현금 혹은 송금앱 ‘벤모’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A씨와 B씨는 조대근에게 돈을 내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도 증언했다. 법정 증언에 따르면 도우미 운전사들은 개업시 1500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매달 회비도 상납했다. A씨와 B씨는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를 통해 매일 밤 10~15명의 여성을 모집해 타운 여러 노래방으로 데려다 줬다고 증언했다. 운전사들은 오후 8시 30분부터 길게는 새벽 6시까지 도우미들을 실어날랐다. 운전사들은 업소 밖에서 도우미가 손님들에게 선택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다. 조대근의 변호인 마크 웍스만은 A씨에게 통상적인 노래방 도우미 선택 절차를 확인했다. “도우미들은 노래방에 들어가면 중년 사업가들이 대부분인 손님 앞에 줄지어 서고, 손님들은 외모를 보고 선택하죠?” 웍스만 변호사는 A씨와 B씨가 고용한 여성들에게 정한 규칙도 언급했다. 그중에는 고객과의 성관계나 마약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각 여성은 매주에 최소 4일 밤을 일해야 했다. 법정에 제출된 규칙중에서는 도우미들에게 돈에 대해 손님과 운전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 손님들이 도우미에게 주는 대가는 처음 2시간 동안 120달러에 팁을 더하고 추가 1시간마다 60달러씩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조대근이 정한 규칙도 있었다고 증인들은 증언했다. 조대근은 도우미 운전사들에게 노래방 블랙리스트를 전달했다. 도우미 공급을 끊어야 하는 노래방들이었다. 만약 도우미 운전사들이 블랙리스트 노래방에 도우미를 실어나르면 불이익을 주었다. 조대근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도우미 운전사를 부른 노래방 주인도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받았다. 이를 어길 경우 첫 벌금은 200달러였다. 법정에 제출된 조 씨가 보낸 문자에 따르면 다음 벌금은 400달러였다. 한 운전자에게 보낸 문자에는 “한 번만 더 규칙을 위반하면 진짜 악마를 보게 될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A씨와 B씨는 조대근이 상납금을 인상한 후인 2021년 초에 상납을 중단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그 후 몇 달 만에 조대근이 조직원을 데리고 웨스턴애비뉴의 맥퀸 노래방에 왔다”면서 “업소 밖 주차된 차에 타고 있던 나를 끌어내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고 팔이 부러졌다”고 증언했다. 조대근과 폭행에 가담한 다른 가해자는 B씨가 도우미 두 명을 데려다주기 위해 빌린 혼다 오디세이를 훔쳐 달아났다. B씨는 범행 당시 조 씨가 해골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얼굴 상반신과 목소리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씨가 범행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같은 마스크를 쓴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A씨와 B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을 접었고 A씨는 가주를 떠났다. 콘서트 노래방에서 일하는 또 다른 증인은 “조대근은 돈을 내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조대근에게 매달 6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상납을 중단하자 조대근은 ‘타운에서 나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배심원단에게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7월15 일 타운 한 노래방 밖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경찰의 바디 카메라 영상에는 목에 총을 맞은 도우미가 “도와줘요, 도와줘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도우미 운전사 C씨는 조대근에게 4년 동안 매달 상납금을 내다가 2023년 1월 중단한 뒤 조대근에게 협박을 당하기 시작했다. C씨는 수사관들을 찾아갔고 다음 조대근과 만날 때 도청기를 착용하기로 합의했다. 법정에 공개된 두 사람 사이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조대근은 ‘경찰 불렀어?’라고 물으며 만남 장소를 세 번이나 바꿨고, 결국 C씨에게 중간 전달자에게 현금을 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웍스만 변호사는 증인들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짓말을 할 동기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변호인들은 A씨와 B씨가 불법 체류 신분임을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가 당국에 협조할 경우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U비자를 받기 위한 왜곡된 증언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후 변론에서 웍스만 변호사는 증인 증언을 “혼란스럽고”, “회피적이고”, “불완전하다”고 정의했다. 또 도우미 운전사들과 조대근을 ‘형제들(bros)’이라고 불렀다. 그는 “도우미 운전사들은 정글 같은 노래방 업계에 질서를 세우기 위해 협회를 결성했다”며 “조대근이 받은 회비는 턱없이 작다(pittance)”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이번 사건이 젊고 섹시한 여성들을 착취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길거리의 쥐새끼들의 연대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이라면 과연 보호비 갈취인가 자발적 회비 납부인가”라고 배심원단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케빈 버틀러 연방검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조대근은 포식자였다”고 반박했다. 버틀러 검사는 “조대근은 피해자들, 즉 경찰에 신고할 수 없거나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코리아타운 주민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스토킹하고 사냥했다”면서 “그는 피해자들에게 불가능하고 잘못된 선택을 강요했다. 상납하거나 업계에서 퇴출되거나, 상납하거나 그 결과를 감수하거나, 상납하거나 가주를 떠나거나, 상납하거나 차에서 끌려내려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맞거나, 상납하거나 목에 총을 맞거나”라고 사건을 규정했다. 지난 26일 배심원단은 조대근에게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 브리트니 메히아 기자도우미 노래방 도우미 운전사들 한인타운 노래방 도우미 사업